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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엄마 2004.11.17 16:50
조회 수 17 추천 수 0 댓글 10
지난 며칠이 어캐 지나버렸는지...
엊저녁엔 잠까지 안와서
숫자를 헤아리다 못해서
부처님...예수님....하늘님....우리 아이들 도시락 싸줘야 합니다.
잠 좀 들게 해주사이다...를 몇번이나 빌었는지???
그러다 눈뜨니 자고 있었는데..2시 좀 넘었고
그러다 다시 정신이 드니깐 3시 좀 넘었고
그렇게 거의 날밤을 샜지요.

지지난 주일부터
일주일에 두번 다니는 한의원에서는 제가
그동안 너무 꾹꾹 담아 두기만해서 氣滯(기가 체했다고 함)가 왔다고....
즉 '홧병'이라고 하는게 왔다는군요.
그래서 그동안
머리..등.. 어깨...팔...시리고 아프고 저리고 괴로웠던거랍니다.
침을 아주 잘쓰는 한의사인데...
학교서 배울때 침술의 대가가 주임선생님이셨다....고.

대침 하나로 머리끝서부터 발끝까지를 종횡무진 헤뒤집는 사람인데 아직은 젊은 40대초반
공부하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얘기하는 그대로 환자들이 모르모트 신세.
이리 저리 쑤셔대는 통에 무척이나 괴롭지만...
신통하게도 다녀오면 약 한첩 안쓰고도 통증이 어느정도 무뎌져 있고
잠도 잘오고 하니 이건 어쩔 수 없이 중독이 될 수밖에.

밤새 괴롭히던 '한기'가 가라앉은건 당연지사.
빨리 온 통증은 빨리 고치지만
오래된 것은 그 지난 시간만큼 의사를 만나야 낫는거라고
오래오래 데이트를 하잡니다.

어쨌든
그런 괴로운 불면증에서 벗어났다고 좋아했는데
어젠
오늘 있을 아이들 수능때문에 무디게 있을 수 있는 줄 알았드만...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결국 4시반에 이불을 박차고
볶음밥 좋아하는 아이들땜에 감자, 호박, 양파, 마늘, 고기...있는 재료 다 썰어넣고
달걀 깨지 말란 엄마의 엄명때문에 계란으로 싸주지는 못하고
김으로 덮어서
김치찌개 국물 듬뿍 싸고
무우김치...두부양념졸임..단무지초무침....
아주아주 정성스레 싸는 만큼 아이들이 기를 받아서 편~하게 시간 보낼 것을 소원했었죠.

그리고
아들은 집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서운할까봐
아빠대신 외삼촌과 외할머니....
딸은 제가 데리고 길나섰는데
새삼 지난해 딸아이 첫시험때의 감흥이 밀려와 가슴이 벅차더이다.

잊고 지내려
첫시간은 언어영역....둘째시간은 외국어영역..이라며 초재기 하지 않으려
내일로 다가온 4학년 아이들의 졸업전시 디스플레이작업을 도와주려 학교로 갔죠만

결국은 두시쯤 되니깐 견딜 수 없는 초조함이 밀려오는 듯해서...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넘이라서 방향이 다른데 데리러 갈 수 없으니
다행히 지하철에서 가까운 학교들이라 버스보담은 수월하게 돌아올 듯 해서
혼자 오라고 시켰었죠.

집에 오니까
그때까지 아이들 외할머니는 엄마대신 그때까지도 기도 중이셨고
켜둔 쑥연기로 가득하고....
기죽어 소리없는 강아지 두마리....

그렇게
하나의 역사는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아이들도
나중에 엄마..아빠가 되어서
'예전에 말이야..이 엄마가 말이야...이아빠가 말이야...' 하며
지아이들에게 얘기하곤 하는 역사가 만들어진거죠.

조금씩 저는 어른들의 자리를 차지해 가고
아이들은 제자리를 차지하는...사라짐의 역사가.

돌아오면
지쳐 쓰러질 아이들 생각에 마음 아픕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저도 겪었고
어른들도 겪어내린 일들인데도 제아이들이 겪는건 가슴아파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표시도 못내겠구요.

이제 한 30분 정도가 지나면 시험이 끝납니다.


  • 파랑 2004.11.17 17:18
    그동안 언니 수고 많이 하셨어요... 애들들어오면 수고했다면 등함만 두드려 주세요..무엇보다 피로가 풀릴테니까.. 전 주위에 수능치는사람 전혀없는데도 자꾸만 시계를 보게되는걸요..^-^
  • violeta 2004.11.18 09:19
    바빠서 퇴근할때까지 수능일인지 전혀 생각도 못했다는... 퇴근시간 생각보다 한산한 광화문이였네요.
  • violeta 2004.11.18 10:23
    그나저나 언니 고생많이 하셨네요. 하루쯤 다 잊으시고 푹~ 쉬세요. ^^
  • 늘네곁에 2004.11.18 20:16
    석이엄니네 이쁜딸 잘생긴아들~ 다 고생많아써염~ ^^ 석이 아부지둥~ 힝..
  • 석이엄마 2004.11.22 17:41
    쉬웠다...는 수1땜시 아덜 맘 아프고 어려웠다...는 수2땜시 딸마음 답답하고....우산, 장화장수엄마심정이야요~~~
  • 파랑 2004.11.23 09:57
    우산,장화장수?? 다 비올때 필요한거 아닌가?? 아뇨 언니 제가 이해를 잘 못하나 해서요?? -ㅁ-a
  • 늘네곁에 2004.11.23 17:38
    짚신장수 우산장수 아들을 둔 할머니 이야기일꺼예염 ^^
  • 석이엄마 2004.11.23 19:46
    맞따!!! 뜻만 통하믄 되지...주라랑 다들 똑같터!! 잉~잉~
  • violeta 2004.11.23 22:05
    아줌마들이 말하는 스타일에 이젠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동생들... ㅋㅋ
  • 인주라™ 2004.11.26 12:00
    영문도 모른체 자주등장하는 주라 -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