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즈음엔 항상....

by 석이엄마 posted Jun 04, 2004
저는 여름을 몹시 타는 체질입니다.
그래서 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구요.

어렸을 땐
입을 옷이 별로 없었는데다
나이가 비슷한 여자형제들 사이에서 새옷이란 제차지가 될 수 없었기때문에 항상
바람이 많고 비도 많았던 부산의 봅날씨에 맞춰서
갖춰 입고 나가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힘들었기에.....
춥다고 생각이 들어서 긴팔 옷 입고 나가면 거의 살인적인 여름날씨라 둥둥 걷어 올리고도 땀범벅이 되어 버리곤 했었고
덥다고 하면 또 그반대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올 즈음엔 재채기를 친구삼아 데리고 온 적 많았었죠.

그게 유전자에 인식이 되어 버렸는지
지금은 그때의 궁핍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여유로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외출할땐 옷장문을 열어 두고서도 한참을 골라 입지를 못하는 우스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습관'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지도.....
겨울엔, 가을엔 그렇지 않은걸 보면 그것도 신기하죠?

그래서 6월이 힘듭니다.
휴가철을 기대하며 들떠 가는 7월도 힘듭니다.
8월이 되어야 가느다란 한숨이 쉬어 지면서...TV에 나오는 여자들의 옷차림이
더위에 맞지않게 가을을 재촉하는 긴팔이 되기 시작하면 조금 여유로와 지는 자신을 느낍니다.

모든게 짜증스럽게 시작했습니다.
올해의 6월도........
컴까지 이런 제자신의 결점을 비집고 들어와 놀려댑디다.
예전에 그런 모든 것들에게 제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에 필살의 노력을 더하며 살았죠.
그러나 모든게 그렇게 생각하는대로만 살아지는게 아니더란걸 알아지면서 차츰차츰 자신을 놓는 연습을 하곤 있습니다만.....
가정에 싸여 있지 않는 수도자들이 깨우침을 딖아 가는 것에
'흥, 지들이 뭘 알어?' 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전업주부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들에 대한 방어가, 단련이
잘 안되어 있다보니 자신을 놓아야 한다는 것까지도 힘든게 사실입니다.
집안에 있다 보면
사회생활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또다른 형태의 압박이라
그것들을 풀어가고...놓아가는 과정이 너무나 다르더군요. 잠시도 자신의 위치를 잊지 못하게 하는....
그러나 잠시잠시 나가서 일하다보니
역시 집안에 있을 때보다는 빨리 벗을 수가 있습디다.
일에 대한 책임때문에라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또다른 스트레스를 주니까 해결하니라고.....
그래서 일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새로 생겼습니다.
집안으로 다시 들어와 예전처럼 지내긴 너무 싫어서....

내년엔
일하러 나가야겠습니다 적극적으로.
아이들이 다 나가고 없고 남편은 늦게 올거고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생각만으로 만들어내는 스트레스가 제일 힘들더군요.
늦었지만.........
할일이 뭐 드러내고 싶은만큼 멋진게 아닐지라도........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한세상 살아가는게 별게 아니라는........
또 한세상 살아 가는게 이렇게 하루하루를 잊어 가는게 될 수도 있음을.......

누가 그랬습니다.
너무나 지루하다는 것.
할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지쳐 가게 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가치를 상실하는 것.
무서운 일입니다.
엊저녁에
하루종일 아파서 물한모금 먹지도 못하고 일어나지 못했는데
남편은 출장중이었고 아들은 고3이라 밤12시나 되어야 돌아 오니 아무도 없는
거의 30시간을 그렇게 보냈는데
딸이 보고싶다며 전화가 왔었죠.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이 왜 그렇게 나오던지 못소릴 가다듬느라 힘들었지만
사실 그때문에 오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나는 누군가에게 보고싶은 대상이구나...하여서.

늘이님이 찾는 글을 보면서 또 일어납니다.
아들 아침밥을 차려 주면서 오늘은 이유없이도 나가야 함을 결정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시간,
누구도 없을 때 혼자 시간을 쓰는 법,
누구를 위해 그자리에 있어 줘야 할 때,
그 사이를 잘 짜집기를 해야 합니다.

그 훈련이 잘 안되어 있어
마구잡이로 살았기에
안그래도 인식되어 있는 힘든 6월을 맞으면서 더 힘든 까닭입니다.

습관적으로
이유없이 힘든 때 있으면 아무나라도 붙들고 저처럼 일어서세요.
쓸데 없는 사람같이 보이는 제자신을 붙들어도 좋다고 내놓습니다.
그런 사람 주위에 보이면
그냥 바라만 봐 주지말고 한마디라도 건네세요.
보고싶다는 딸의 그한마디에 일어 나는 저처럼 그사람도 힘을 얻을거예요.
궁금하다는 늘이님 한마디에 힘을 얻는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