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니 했는데...........

by 석이엄마 posted May 25, 2004

오랫만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 주말을
제비꽃님은 우농의 필요성을 느끼실 만큼의 바지런한 지킴이를 하셨고
바이올렛님은 근사한 휴식이 되신 여행을 다녀 오셨고
.
.
근데 난 뭐했을까?
생각이 나지 않는데
월욜내내 온몸이 쑤시고, 젖산이 모인 듯 움직임이 힘들었대요.

지난 주말엔
식구들이 오랫만에 다 모였어요.
겨우 네사람이지만...
그러나 모이면 뭐 하나?
대구에 있던 딸도 축제기간 동아리에서 음식장사 하느라고 잠못잤다며
집에 오더니 16시간 내리 잠만 자대고
고3짜리 아들은 그림전공이니까 일욜이 더 바쁘고
예전엔 달력에 빨간 날, 단 하루도 집에 있지 않던 애들아빠는
어느때 부턴가
그럴 나이가 아닌데 영감처럼 집에서 꼼짝않으며 매끼니때마다 치매걸린 노인네처럼 밥타령하는
일욜이 보내기 힘든 시간이 되어 있습니다.

함께 하고싶을 땐 그러지 못하고
'따로 또같이' 라는 구호처럼 적당히 홀로 있고싶을 땐 그럴 수 없고
세상은 왜이리 내맘과는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것인지.....

'꿈과 희망'
사람들은 꿈을 꾼 뒤에 그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씹겠죠?
해석이 좋을 땐 희망이 생기는거고
그렇지 못한 해석엔 절망까지도 느낄지도 몰라요.
그러나
'꿈과 희망' 이란?
자신에게 주는 스스로의 자기확신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깐 좋은 일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희망이 꿈으로 나타나게 되는거랍니다.

모두 다들 자신에게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지 나쁜일이 오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쁘게 해석이 되는 꿈은 그럼 어이된 일일까요?
생각에 생각을 더하다 보니까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그건
아마도 성격적으로 부정적인 사람이 꾸는게 아닐까요?
아니면 걱정이 많을 때 그렇게 꾸게 되는건지도....

좋은 일 속에 있을 때,
온전히 그것만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이후에 다가올 나쁜 일을 미리 걱정하는 사람.
난 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좋았던 때도 그렇게 느끼는 것에 인색했었고
요즘같이 기운나지 않고 가라앉은 때에는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같은 두려움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바보.
진짜 바보입니다.
스스로 비극의 주인공으로 자처하고는 다른 사람의 동정을 바라기만 했습니다.
떨쳐 버리고
아이들에게 씩씩한 엄마,
남편에겐 가끔은 한쪽 어깨를 빌려 줄 수 있는 아내가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 땐
이렇게 걱정이 많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냥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였을 뿐.
살아 간다는 느낌도 가져볼 틈없이.....
시간나면.....?
틈을 내서.....?
내가 진짜로 하고싶은 것 할 수 있는 시간이 나기를 고대했던 그때가 참으로 소중하였음을
그 시간이 쌓이고 넘쳐 나는데...행복하지 않음은?
막상 하고싶은게 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전업주부. 그거 결코 부러워 할 자리가 아니랍니다.
'둥지 증후군' 이라는
심각해 보이진 않은데 아-주 심각해질 병명도 있잖어요.

같이 자리하고픈 사람들과 어렵게 어렵게 조각시간을 맞추고
그시간을 위하여  여유없어진 일과 스케줄
그러나
달콤할 그시간의 즐거움만으로 가득한 나머지
그시간들의 고단함쯤이야.....

다들 그런 삶속에 있을 분들이 부러워요 엄----청.
저도
그런 삶속으로 걸어 들어 가고 있는 제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잃어 버렸다고 생각되는 그시간들에게 불씨를 틔우기 위해
찾다보니 이곳에 당도해 있어요 지금은.

그러니 여유없이 마구 돌아가는 쳇바퀴중 하나같다고 생각되어 스스로 가치를 못느끼실 때에는
예전의 여유로운 백수생활이 그립다고 생각될 때에는
그냥
마구잡이로
나중에 저처럼 이럴 때 있으리라 떠올리시고
그때 내얘기 들어 줄 수 있을 친구들 많이 많이 찾아 놓도록 하세요.

전화라도 한통 하세요.
편지라도 한통 하세요.
이렇게 메일 한통 보내세요.

왜 그러냐? 안하던 짓 하냐고 묻거든 '그냥' 이라고 얘기하세요.

너무 전후좌우가 없는 말 지껄였네요.
알아서 챙겨 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