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색깔...

by 석이엄마 posted Nov 08, 2004
큰아이가 아직 어두운 길을 나섰습니다.
학원가는 봉고차 시간에 맞춰서....
마음은 찡~하지만
그넘은 새벽에 바닷길위 광안대로를 시원하게 매일 달리는 경험을 언제 할거냐며 신나합니다.

'절대 후회않기'
'초심 유지하기' 란 딸아이의 결심 두마디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는 컴에 제가 앉습니다.

연년생을 둔 관계로
또 대학생활을 하다가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다시 재수를 시작한 큰아이로 인해
한꺼번에 두넘의 수험생을 둔 엄마로 살아가는

몇년을 계속
깊은 밤 두시쯤 잠이 들고
요즘같은 계절이면 아~주 깜깜한 새벽 5시15분쯤 일어나는 생활을 합니다.
겨우 3~4시간 자고
하루종일을 낮잠에 빠지지 않고 버티기 참으로 힘들다가
차츰 익숙해지면서 사계절을 내내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의 모습을 벗어나기 시작했죠.

이제
아침해가 제모습을 드러내려는 엷은 회색빛을 나타내는 시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수험생엄마노릇이.
딸에게는 허락한 재수를 아들에게는 '절대 없다' 며 못을 박았으니.....
그렇게 끝나기를 소원합니다.
기어코 제놈이 재수를 하겠노라면 시킬 수밖에 없죠 뭐!
부모가 자식의 고집을 이기는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 법칙을 잘 알지 못하는 놈만 서운해하며 부모를 원망하는거지요.

좀 더 밝아졌군요.
이제 작은 넘을 깨워야 하는 시간입니다.

요즘은 수험생이라도 그렇게 새벽등교를 하진 않습니다.
0교시 수업을 하지 말라는 교육청 지시가
이번에는 잘 지켜지고 있나 봅니다.
언제 그런 지시가 있기나 했었냐~는 듯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지금 이시간....이 느낌의 색깔속에 제아이들이 서 있습니다.
상큼하긴 하지만 어떤 색으로 세상이 펼쳐질지를 알 수 없는 채로 말입니다.
저는
너무나 벅차게 아름답지만 산넘어로 꼴각 넘어가기 직전의 그 시간.....노을 빛과 같은 곳에 섰구요.

너무나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느겨지는 지금입니다.
때론 아팠고
때론 행복에 겨웠고
때론 알 수 없는 불아과 기대와 희망이 섞여서 갈등하기도 했지만........
지나간.....다시 오지 않는.........
그 시간을 제아이들이 걸어 나갑니다.
그렇게 그렇게 저는 영원히 살아 있게 되는거군요.

먼저 살다 가신 분들의 이야기가 와 닿지 않았던 지난 시간
그것을 멋모르고 통과하고 나서야 가지는 동감!!!!

아! 이제 환~해집니다.
아이들과 친구들
함께 가지고 있는 이시간
오늘 하루도 충만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