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라 홈피에 남긴 글....

by 석이엄마 posted Oct 24, 2004

인주라 병희씨 외할머님께서 영면하셨답니다.
잘 모르지만 오랜 시간 안아프시고 가셔서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추울때도 아니고
너무 바쁘지 않은 시기라......많이들 참석하시고 배웅하셨기를 바랍니다.

제가 가진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 한조각 올립니다.



친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찐~한 사람은 별루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외갓집이나...외할머니...이모...에 대한 아련하고도 행복한 느낌가진 이가 많다.
왜 그럴까?
외할머니는 이런 말씀 달고 다니신다.
'지 자슥 키우느라 내 자슥 죽겄다' ..라며 말 안듣는 나를 못마땅해 하시는 듯한 혀를 차신다.
그런데도 그게 그렇게 기분나쁘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외가에 몸담아 자란
어릴적 추억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그게 더 아련한가 보다.

우리가 한시대를 살아 가는 동안에
그분은 늙어 가셨고
우리가 다른 한세대를 키우는 동안 몇번 뵐 수 없었던 그분은
홀로 가셔야 할 길을 우리에게 폐가 될까? 하여 조용히 받아들이신다. 준비하셨다.

그게 슬프다.
그렇게 태어나 살다 가야하는 이길이 슬프게 만든다.
그러나 어쩌면 그순서대로
태어나 살아온 순서대로 길가는 그것이 다행스런 행복인지도 머른다.
그분은 아마
당신의 생에서 당신보다 아랫넘들이 먼저 가지 않았던 그 사실을 행복해하며 가실 수 있었을거다.

사랑하는 그분을 보내 드리며...
이렇게 살아남아 씩씩하게......
그분 가신 길따라 살다가 시간이 되면 또 그길따라 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알았으면...좋겠다.

할머니...너무 보고싶다...
치마자락을 썩 올리시곤
덕지 흐른 내코를 손으로 쓱- 훝으시곤 치마로 깨끗하게 닦아 주시던 그분.
니엄마속 그만 썩이라며 거친손으로 내등짝을 짝- 소리나게 때리셨던 그분이... 너무 보고싶다.

아직 땅이 안얼어서 다행이다...
깜깜한 그곳에
추위가 에이린 그곳에 홀로 눕혀 드리고 돌아서야할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까?

괜히 들여다 봤다 아침부터
보고싶은 얼굴들이 막 떠올라 오늘 하루 마음 아플 것 같다.
그래도 연락만 하면 볼 수도 있는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야 하는데
난 다시 볼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음을 슬퍼한다.

위로하려다 또 이상한 곳으로 흐른다.
힘내시오.
할머님은 씩씩하게 혼자 가셨음이니....우리도 혼자느낄 마음에 씩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