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by 석이엄마 posted Sep 07, 2004

어느 시인이
류시화...던가? 말씀하셨더랬죠.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그러면 뭔가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것을 받아 들이기에는 여유가 없는 듯.
아마 산다는 것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때문인 듯.
그때는 그때만큼의 경험을 쌓으며 살아 가기에도 벅찼을거라는.....
누구는
오늘 하루는...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오기를 바라던 내일입니다...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단지 이무거운 오늘이 휙~ 지나가 버리길 고대할 뿐이죠.

저는
스물한살이 되던 해 한겨울 어느 날
9일간 그냥 아파서 입원하신 줄 알았던 아버지
평생을 하루도 쉬지 않고
심지어 추석날오전 제사가 끝나면 인쇄소 셔터문을 여셨던 그분이 가셨습니다.
지금 제나이때 마흔여섯에.

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휘저었던 쇼킹한 사건을 저질렀던 분이기에
사실 마음속으로
'그분이 안계시는게 차라리 이런 갈등과 처참함은 안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었죠.

그런데 갑자기
거짓말처럼 그렇게 되니까
이후 20년가까이
제가 자식을 낳고 기르며 아이들을 바라 보는 시선에서 자연히 사라지게 되었지만
죄책감과 용서받고 싶은 절규,
삶의 기쁨속에서도....
슬픔속에서도....그분을 생각하게 된 죄값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오늘
비록 누워 계시더라도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래도
저처럼 너무나 바보같은...
돌아 오실 줄 알고선 그때의 미움을 고집하느라 만나보지도 않지는 않을거잖아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에 대한 얘기를 가끔 하는 것처럼
준비하며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위로는 안되는 줄 알지만
닥치신 것보다 더 황당한 이별을 하는 사람이 많음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시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사랑함을 알리십시오.

부모님은 자식인 우리들이
비록 자신의 목숨을 해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용서 하십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면서야 얻게 된 교훈이랍니다.

당신이 벼란간에 주신 생명을 타고 태어나
당신이 살아오심에도 민망하고 힘든 이 세상에 우뚝 서서 잘 살아 가는
대견한 당신의 자식이
당신때문에 아픈 것을 싫어 하십니다.

자신을 사랑하시고
오늘 하루라도
못했던 이야기 나누십시오.
그래도 시간이 있는 듯 해 보여
외람된 한마디 올립니다.
힘내세요.